이슈

세계 최고 석학도 당황한 문제, <수능 생명과학2 20번>

아지스 2021. 12. 14. 12:54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2 20번 문제(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수능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빈칸 성적표가 발송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위 사진에 나온 문항 때문입니다.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은 수능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2 과목 응시자 등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소송한 수능정답결정처분 취소 집행정지 사건에서 소송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생명과학2를 응시한 학생들은 생명과학2 부분만 공란으로 남기고 수능 성적표가 제공되었습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해 한국에서 제일 잘 안다고 볼 수 있는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 김종일 씨는 푸는 과정을 직접 설명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선뜻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학생들을 위해 직접 나서는 모습이 지식인들이 본받아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한국학생으로부터 이 내용을 제보받은 집단유전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석학 중 한 명이라 불리는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교수 2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수학과 통계학,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유전 변이와 진화를 연구하며 2013년 미국 유전학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자신의 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풀어보라고 부탁했습니다. 연구원 중 한 명의 풀이를 트위터에 공유하며 프리처드 교수는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어려운 문제를 푸는 한국 학생들에게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반면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판하며 진실을 외면하는 일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조너선 프리처드(사진=조너선 프리처드 홈페이지)

   이러한 오류에 교육부는 2가지 버전의 성적표를 전국 대학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기존 정답이 유지될 경우의 성적과 오류가 인정되어 전원이 정답 처리될 경우의 성적입니다. 이 문제로 수능 합격자 발표 마감일은 16일에서 18일로 연기되었습니다. 법원 선고는 이번 주 금요일(17일)에 공개되는데요. 선고 결과를 바탕으로 생명과학2에 응시한 6515명에게 17일 8시부터 온라인으로 성적표가 제공된다고 합니다.

   수능 문제 논란은 올해에만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2014년 세계지리 8번 오류에서는 평가원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않고 법정 다툼으로 이끌었습니다. 판결은 1년이 지난 뒤에 나와 당시 학생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제 멈춰져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1문제일 수 있지만 그 하나가 다른 문제, 과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학생의 인생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정) 원래 17일에 열리기로 했던 선고일이 이틀 앞당겨 15일에 선고가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행정법원 법정6부는 수험생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생명과학2를 본 수험생 전원이 20번 문항에서 정답처리가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좋은 결과를 거두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