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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독일을 이끈 독일의 어머니 <앙겔라 메르켈>의 아름다운 퇴장

아지스 2021. 12. 9. 19:28

메르켈 총리(2005)

  2005년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동독 출신 여성이 총리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앙겔라 메르켈'로 무려 16년간 독일 총리로 재임하다 자신의 의지로 총리직을 내려놓는 첫 총리가 되었습니다. 메르켈은 국민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특성으로 인해 무티(Mutti, 엄마)라는 별명이 붙여졌습니다. 그녀의 오랜 집권 때문에 독일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합니다.

메르켈의 일생에 대해 간단히 살펴봅시다.

년도 나이 내용
1954 1 함부르크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난 뒤 브란덴부르크로 이주
1973~1978 20~24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 공부
1978~1990 24~36 베를린 과학아카데미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양자화학 분야의 연구원으로 일함. 89년 민주화 운동에 참석하며 정치에 입문.
90년 하원의원에 선출
1991 37 여성 청소년부 장관
1994 40 환경부 장관
2000 46 기민당 대표
2005 51 첫 총리
2005~2021 51~67 2009, 2013, 20174선에 성공
2021.12.08~ 67~  

   그녀가 처음으로 총리에 당선되었을 때 독일은 '유럽의 병자'라고 불렸습니다. 통일이 된지 15년이나 되었지만 통일의 휴유증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 통일비용은 원화로 약 1,750조원에 해당했습니다. 이는 한국 1년 예산인 600조의 3배에 달합니다. 독일 기준으로는 매년 연방예산의 25~30%의, GDP의 4~5%를 통일비용으로 지출한 것입니다. 통일 전 서독은 유럽국가 중에 가장 건전한 재정상태라고 평가받았으나 통일 후 재정적자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GDP대비 적자비율이 유럽연합이 정한 상한선(GDP의 3%)보다 높아 '유럽의 병자'라는 별명이 붙여졌습니다. 실업률도 11%에 도달하며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못했습니다.

&nbsp;메르켈 총리(2008)

이러한 악재 속에 메르켈은 경제 개혁을 꾸준히 실행시켰고 이제서야 독일이 숨을 쉴 수 있나 하던 때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1929년 경제 대공황급의 경제적 혼란을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게는 위기였지만 메르켈에게는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메르켈의 명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위기에 벗어났고 2010년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또 하나의 위기가 발생합니다. 그건 바로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로 시작된 '유로존 위기'입니다.

유로존 위기

  독일은 유로통합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보던 나라였습니다. 독일의 통화인 마르크를 사용할 때보다 평가절하된 유로를 써 노동자의 임금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독일 상품이 상대적으로 경쟁국보다 싸졌고, 이는 수출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유로를 사용한 국가들은 경쟁력을 잃게 되자 대부분이 독일 상품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독일이 유로통합으로 이득을 보니 재정이 어려운 나라를 구제하기 위해 제일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유로통합으로 인한 독일 수혜론은 독일 책임론으로 이어져 그리스 사태를 독일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구제 금융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지만 이후 입장을 바꿔 그리스를 지원해주었습니다.  메르켈은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는 말로 유럽이 다같이 힘을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메르켈의 지도력으로 유럽은 위기를 벗어났고 오히려 더 단단한 EU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메르켈에게 여러 위기가 있었고 그녀는 현명하게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메르켈에게 가장 큰 위기는 금융 위기, 유로존 위기도 아닌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였습니다. 당시에는 메르켈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이 없다고 할 만큼 국민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유럽에서는 난민 수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메르켈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난민 수용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 난민 정책이 메르켈의 유일한 오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메르켈의 행동은 독일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었고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메르켈의 뒷모습 사진:로이터

그녀는 16년 간 부패 사건과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없을 뿐더러 남편과 총리 관저가 아닌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직접 장을 보는 등 소박한 생활을 보여주어 신뢰를 더했습니다. 위기에 빠진 독일을 유럽 최강국으로 만든 그녀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연 독일은 이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메르켈의 뒤를 이은 독일의 9번째 총리 올라프 숄츠

   올라프 숄츠는 메르켈 내각에서 부총리와 연방 재무부장관을 맡아 메르켈의 정치적 후계자라고 불립니다. 메르켈의 소속정당과는 반대로 좌파 정당입니다. 세계는 그가 코로나 방역을 어떻게 대처할지와 러시아 - 우크라이나의 상황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